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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드러난 반값 전기자전거 ‘직거래’의 허상

이틀 만에 드러난 반값 전기자전거 ‘직거래’의 허상

de alta bun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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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 시간이 두 배면 실험은 반으로 준다”는 지도교수님의 농담이 무겁게 다가오던 4월 말이었습니다. 연구실과 하숙집 거리가 전철 두 구간인데다 언덕이 가팔라, 출퇴근용 전기자전거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중고 플랫폼 한 귀퉁이에서 시세 210만 원짜리 모델이 94만 원에 올라온 걸 봤습니다. 당일 직거래·완충 주행거리 70 km라는 설명이 매력적이라 일단 ‘채팅하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 기록은 이후 확인용으로 남겨 둔 채팅 로그, 통화 녹취, 검색 히스토리를 시간순으로 엮은 회고록입니다.

[로그 01] 4 월 27 일 22:14 — 첫 메시지, 지나친 친절

판매자 A

안녕하세요! 졸업 직후 해외로 나가서 급처분합니다. 오늘 밤에만 6만 원 추가 할인 드릴게요. 저 실물 확인 가능한가요? 학동역 근처입니다.

판매자 A

가능하죠! 다만 배터리가 완충일 때 주행감을 보여 드리고 싶어 내일 오전 9시에 뵐 수 있을까요?

몇 마디만에 가격을 더 깎아 주겠다고 하니 솔깃했습니다. 그러나 프로필을 클릭하자 가입한 지 일주일, 거래 후기 ‘0’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저하는 사이 판매자는 “다른 분도 예약 문의 중”이라며 결정을 재촉했고, 불안과 욕심이 엇갈렸습니다.

[로그 02] 4 월 27 일 22:58 — ‘보증서’ PDF의 미묘한 어색함

판매자가 보내 준 배터리 보증서 PDF는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었습니다. 확대해 보니 우측 하단 직인 이미지가 흐릿했고, 메타데이터 작성 시간이 전송 10분 전으로 찍혀 있었습니다. 제조사 정품 보증서는 대개 스캔본이라 스캐너 모델명이 남는데 여긴 ‘PowerPoint PDF Export’라고 적혀 있었죠.

[로그 03] 4 월 28 일 00:35 — 계좌이체 선예약 요구

밤이 깊어질수록 판매자는 “내일 오전 8시까지 예약금 10만 원 송금 시 거래 확정”이라는 새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계좌주는 개인 이름이었고, 은행은 지방 소규모 지점이었습니다. 카드나 현금 영수증 요청은 “출국 준비로 시간이 없다”며 거절했죠.

[조사 01] 4 월 28 일 01:10 — 이미지 역추적

보증서에 찍힌 자전거 측면 사진을 구글 이미지 검색에 올려 보니, 2023년 유튜브 리뷰 썸네일과 동일했습니다. 동일한 각도·그림자·배경. 실물 사진이라기엔 과하게 완벽했습니다.

[조사 02] 4 월 28 일 01:18 — 먹튀위크 1차 확인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먹튀위크에서 계좌번호 뒤 네 자리와 닉네임 일부를 검색했습니다. 전기자전거 급매 사기 신고가 이틀 전에 올라와 있었고, “예약금만 받고 직거래 당일 잠수”라는 글이 상단에 노출됐습니다. 특히 PDF 서식과 계좌번호가 제 케이스와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이 한 줄로 마음이 거의 정리됐습니다.

[조사 03] 4 월 28 일 09:02 — 현장 확인으로 마침표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약속 장소인 학동역 앞 편의점에 나갔습니다. 물론 판매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9시 5분, 채팅방에 “급한 일정으로 판매 철회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찍혔고, 계정은 30분 뒤 삭제되었습니다.

대응 및 후속 조치

  • 플랫폼 신고 채팅PDF·계좌 캡처와 함께 의심 거래로 신고 → 3시간 만에 계정 영구 정지.
  • 정보 공유 연구실 단톡방학과 게시판에 사례 공유, 동일 모델 사고 싶던 동료 세 명 피해 예방.
  • 먹튀위크 추가 제보 로그스크린샷을 묶어 신고, 기존 글에 ‘재발 패턴’ 댓글 달림.

경험이 남긴 네 가지 지침

  1. 고액 직거래는 후기 없는 새 계정이면 일단 한 발 빼기
  2. PDF 메타데이터이미지 출처 5분만 살펴도 실물 여부가 드러난다
  3. 예약금 요구+시간 압박은 경계 신호
  4. 30초 검색이 수십만 원을 지킨다

결국 저는 예약금을 날리지 않았고, 며칠 뒤 공인 렌털 업체에서 분납 계약으로 새 전기자전거를 들였습니다. 가격은 다소 올라갔지만, 덕분에 통학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조금만 더 싸게’라는 마음이 얼마나 비싼 대가를 부를 수 있는지 몸소 확인한 사건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유혹적인 가격표를 보면, 거래 버튼보다 먼저 메타데이터 창과 먹튀위크 검색창을 열어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