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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있는 게 진짜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당신이 보고 있는 게 진짜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by Deleted us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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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신뢰, 반복되는 착각

한때 유행했던 디지털 미디어 아트 중에 이런 작품이 있었다. 온라인 후기 수천 건을 크롤링해서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장을 조합해 만든 가짜 리뷰. 제목은 ‘당신이 듣고 싶어했던 문장’이었다. 어색할 정도로 매끄럽고, 이상할 정도로 정직한 말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묘하게도 그 문장들 사이에는 이상할 만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이 작품의 의도였다고 한다. 익숙하다는 것, 많이 봤다는 것, 반복됐다는 것만으로 신뢰하게 되는 우리들의 인지적 취약성.

이제는 소비자들도 안다. 너무 완벽한 설명, 과하게 긍정적인 후기, 의심 없이 높기만 한 별점이 뭔가 수상하다는 걸.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알고도 당한다. 너무 잘 짜인 구조 앞에서 인간의 의심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결국, 신뢰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구조의 설계에 달려 있고, 그 구조를 독립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창구는 지금도 극히 드물다.

검증 시스템의 탈을 쓴 노출 플랫폼들

‘먹튀 검증’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낡아 보인다. 강한 단어는 때로 피로감을 유발하고, "뻔한 내용 아니야?" 싶은 선입견을 낳는다. 실제로 ‘검증’을 내세운 사이트들 중 상당수는 이름만 다르고, 구조는 비슷하며, 정작 중요한 건 어디에도 없다. 피해 사례는 흘러가고, 제보는 쌓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타임라인은 없고, 반복성에 대한 추적도 없고, 사건의 구성이 아니라 결과만이 나열된다. 이건 ‘검증’이 아니다. 그냥 ‘목격’이다. 단편적인 보고서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먹튀위크의 낯선 정리 방식

먹튀위크는 그런 점에서 이질적인 구조를 갖는다. 누가 무엇을 겪었는지가 아니라, 그 상황이 어떤 흐름으로 재현됐는지를 중심에 둔다. 사용자의 제보는 재료일 뿐, 중심은 ‘패턴’이다. 사건을 연결하고, 문구를 비교하고, 도메인 변천과 운영 방식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재분류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이 사이트가 문제다”라는 말보다 훨씬 의미 있는 정보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비슷한 디자인으로 여러 번 반복된 사이트의 변형들, 특정 시기마다 유입된 동일한 대화 패턴, 유사하게 조작된 후기 양식 같은 것들. 익숙하지만 이상한 요소들이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보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속을 수가 없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처럼 데이터가 무작위로 흘러가는 환경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 플랫폼은 충분히 가치 있다. ‘모은다’가 아니라 ‘읽게 한다’는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판단의 타이밍을 사용자에게 되돌려주는 플랫폼

먹튀위크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피해를 막아준다는 데 있지 않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판단의 타이밍을 사용자에게 돌려준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기 피해는 ‘이상한데?’라고 생각한 직후에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뭔가 꺼림칙한데, 그걸 결정적인 증거로 바꾸지 못해 행동을 미룬다. 그런데 이 플랫폼은 그 미묘한 ‘의심’에 근거를 제공한다. 그저 느낌이 아니라, 비슷한 사례가 있고, 그것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타인의 기록이 나의 판단을 앞당긴다. 이건 단순한 공유를 넘어선 구조적 피드백이다.

플랫폼은 항상 두 가지 중 하나다. ‘확신을 주는 도구’이거나, ‘판단을 유예하게 만드는 무채색 공간’이거나. 먹튀위크는 전자 쪽에 가깝다. 유혹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오롯이 사용자에게 맡긴다.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 투명함이 의외의 신뢰로 작용한다.

기록이 남는 플랫폼, 기록이 흘러가는 사회

기억보다 기록이 강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기록조차 제각각 흩어져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피해 경험은 SNS에 묻히고, 리뷰는 시간 순서대로 사라지며, 경고의 목소리는 일시적 공감으로 흘러가버린다. 먹튀위크가 이 속에서 고유한 위치를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흘러가는 기록을 붙잡아 '재구성 가능한 정보'로 만들어두기 때문이다. 정보의 가치란 사실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걸 다시 읽고, 서로 다른 조각을 연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그 연결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은 생각보다 드물다.

먹튀위크는 ‘많이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묶여 있는 것 없이 단순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 담긴 연결성과 반복성 분석이, 오히려 가장 무거운 경고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누군가의 후기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설득은, 신뢰의 가장 조용한 형식이다.

결국, 사람들은 언제나 마지막에서야 깨닫는다. 이상한 말투, 익숙한 디자인, 너무 편리한 결제 방식. 모두가 이상했지만, 모두가 그냥 지나쳤던 것들. 먹튀위크는 그 '지나쳤던 순간들'을 붙잡고 다시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잠깐 눈을 감았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블랙박스처럼. 문제는 그걸 얼마나 빨리 열어보느냐의 차이다.

그게 사람 하나 살리기도 하고, 또 그냥 어물쩍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누가 이 플랫폼을 먼저 알았느냐보다, 누가 이걸 가장 늦게 발견했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이상한 시대다.